가고싶은산

옥천 관모봉(569m)

산여울 2010. 1. 30. 20:09

 

 

 

  

청풍명월 산경탐사Ⅱ - 관모봉(冠帽峰 582m)

타고 또 타고… 개척산행 '묘미'

인터넷뉴스부, webbcom@naver.com

등록일: 2009-11-19 오후 7:19:32

관모봉(冠帽峰 582m)
...능월리~여재~갈림길(관모봉/만월령)~관모봉(관함봉 582m)~화성리 화동(도상거리 5.5km 산행소요시간 5시간)
 
- 백화산 능선을 조망하는 김정자 대원.
언젠가 금적산에 올라 마주하였던 끝없이 펼쳐진 보은뜰이 엄마품 속 같은 아늑함과 정겨움으로 그려질 수 있음은 담장처럼 둘러쳐진 크고작은 산들과 아기자기한 골짜기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과 그 속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빚어내는 어울림 때문이었다. 가끔 그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이 그리워짐은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겨울인 계절탓인가…

 
- 관모봉 주변 능선에서 바라본 팔음지맥.
담장처럼 둘러쳐진 크고작은 산들 중에 하나인 관모봉은 옥천군 청성면 능월리 뒷산으로 산모양이 머리에 쓰는 모자 즉 후장의 머리와 같은 관모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불리워진 이름이다. 다른 지명도에는 관함산이라고도 표기되어 있다.

빼어난 산세나 아기자기한 암릉미, 시원스런 조망 또한 기대할 수 없는 전형적인 동네 뒷산의 고즈녁함으로 찾는 사람들의 발길 또한 뜸하다 보니 산길 또한 희미하거나 아예 없는 곳이 많아 산행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오지 산줄기의 호젓함과 개척산행의 칼칼함을 즐기려는 산객들의 눈독 또한 피할 수 없는 산이다.

주변에 도덕봉과 관모봉, 삼승산, 울미산까지 탄력적인 코스 선택을 할 수 있음 또한 오지산줄기의 근교산행이 주는 장점이다. 탐사대는 옥천군 청성면 능월리에서 청산면 만월리로 넘어가는 고개 여재에서 관모봉을 오른뒤 화성리와 장연리를 가르는 산줄기 따라 진행한 뒤 화성리 화동으로 하산하는 5.5km 구간을 답사키로 한다.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은 IC에서 빠져나와 19번 도로를 타고 옥천 방면으로 가다보면 보은군 삼승면 원남리에서 좌측으로 난 원남중학교를 지나 마을길을 따라 가면 능월 소류지를 만난다. 소류지 끝부분이 옥천군 청성면과 보은군 삼승면의 경계인 여재이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희재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 산길을 가득메운 낙엽 때문에 길 찾기도 힘들고… 미끄럽기도하고…
여재 아랫동네인 능월리에는 달의 경치가 하도 좋아서 불리워졌다는 '바랄망(望) 달월(月)' 망월이란 마을이 있는데 달을 기다린다 하기도 하고 망부의 설움을 달래려던 아녀자가 기다린다 하여 망월이라고도 불리운다고 한다. 지금도 여재는 월경으로 유명하다.

여재를 가운데 두고 좌측은 삼승산 오름길이고 우측은 관모봉 오름길이다. 산행은 법왕사로 연결되는 지그재그로 늘어놓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시작된다. 잠시 들른 법왕사 마당에선 좌측으로 금적산을 우측으로 삼승산을 마주하고 있다.

김장준비 하시는 스님을 만났다. 지도에는 대성사라 표기되어 있는데 대성사가 아니라 법왕사라 강조하신다. 스님과 인사한 뒤 좌측 산능으로 치고 오른다. 없는 길 치고 오름은 처음부터 힘이 든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힘이 실린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자연스러움이 사람에겐 불편함이다. 제멋대로 자란 나뭇가지들로 나아감도 어렵다. 게다가 바람도 차다.

550봉인 대왕산이다.(여재에서 0.7km 40분 소요) 만월령과 관모봉 갈림길이기도 하다. 좌측 산줄기를 따르면 만월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도덕봉까지 연결된다. 그곳에서 관모봉은 비스듬 좌측이다. 서걱서걱 갈잎들의 아우성이 귓전을 어지럽히지만 쌓인 낙엽 헤집는 발걸음이 전사들 같다.

관모봉이다.(대왕산에서 0.7km 30분 소요) 관함봉이라고도 하는 정상엔 잡목들로 조망도 조망도 쉼터도 정상을 알리는 팻말도 없다. 외로운 산객의 낡은 꼬리표만 나뭇가지끝에서 나풀거린다. 정상에서 갈림길 우측은 도곡리로 이어진 하산로이다. 진행은 좌측으로 이어진 희미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쌓인 낙엽으로 위장된 가파름은 미끄러지기 일쑤다. 잡목들의 훼방 또한 만만치 않다. 가파름이 잦아들면서 그제사 수줍은듯 모습을 드러낸 산길은 한동안 이어진다. 간간이 보여주는 조망속에 서대산이 보이고 장용산, 그 옆으로 환산과 서대산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 관모봉 끝자락인 장연리 뒷산 바위봉우리에선 멀리 백화산 포성봉과 주행봉이 하늘금을 그린다.
433봉 Y갈림길이다.(관모봉에서 1.5km 1시간 40분 소요) 좌측으로는 장연리로 이어진 하산로이다. 우측으로 이어진 산길은 또다시 급경사다.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지만 산은 산이고 높든낮든 오르나림은 힘들다. 동네와 가까워질수록 산길은 뚜렷하다. 마지막 봉 오름길 전에서 뜻밖에 전망대를 만난다. 멀리 영동의 포성봉, 주행봉이 보이고 가까이로 만월령이 건너다 보인다. 딛고선 내 발아래 세상엔 골짜기가 한없이 길게 이어졌다 해서 붙여진 지명인 장연리가 평화롭게 그려진다.

본래는 골짜기가 깊어서 노루들이 우는 골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장명(獐鳴)과 마을 앞 개천에 거북이 모양으로 생긴 바위 두 개가 있다 하여 붙여진 귀재(龜峴 구현)란 두 개의 자연마을이 통합된 것이 장연리이다. 전체 가구 중 대부분이 모여사는 장명으로 들어가자면 족히 1km는 들어가야 하는데 장명에서 남은 소수의 가구가 살고있는 귀재까지 가자면 2.5km는 간다.

 
- 관모봉을 내려서면서 주변 지형을 살피는 탐사대원들
귀재에서도 2km가 넘도록 올라가야 하는 골짜기가 있다 해서 오리골(5리골)이 있다. 19번 국도에서 장연리를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오리골이란 골짜기에 다다르기까지만도 대략 6km는 가야하는 셈이다. 갑자기 긴 골짜기의 은밀함이 궁금해진다.

이후 산길은 모간주 나무 군락지와 함께 산길 또한 순하다. 우측으로 휘어진 산길을 더듬어 바깥세상으로 나서니 화성리 화정마을이다.(433봉에서 2.6km 2시간10분 소요) 황량함을 드러낸 들녘의 속내는 참 간결하다. 줄거 다 내어준 부모님의 마음 같다. 주렁주렁 매달린 까치밥 아래로 쪼르르 다가서는 탐사대원들 남은 계절 거둠이 서투르지 않음도 받는 것에 길들어버린 자식들 마음 같다.